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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리 참상 전 세계에 알린 스코필드…서울 온 후손들 “할아버지 고향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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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강 유람선을 탄 스코필드 박사의 손자 딘, 증손녀 알렉산드라, 손녀 리사 스코필드(왼쪽부터).

“할아버지의 고향은 항상 한국이었어요. 늘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보훈처, 리사 게일 등 3명 초청
58년 이후 서울대 수의대 교수 재직
스코필드 장학문화사업단도 출범

12일 만난 리사 게일 스코필드(56)는 오똑한 콧날과 깊게 패인 눈매가 조부인 스코필드 박사를 연상시켰다. 1889년 영국 출생인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캐나다 선교사로 한국을 찾았다가,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나자 일본이 학살을 자행한 경기도 화성 제암리와 수촌리의 참상을 사진으로 촬영해 전 세계에 폭로했다. 국가보훈처는 스코필드 박사가 한국 땅을 밟은 지 올해로 10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해 후손들을 한국에 초청했다.

스코필드 박사의 손녀 리사는 어릴 때 본 할아버지의 모습과 관련해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들에게 선물을 챙겨주시던 분은 아니었지만 한국에는 모든 걸 주셨다”며 “한국인들이 할아버지를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 주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손자인 딘 케빈 스코필드(54)도 “할아버지는 자신이 믿는 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는 내면의 열정을 좇아 장벽을 뛰어넘은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증손녀인 알렉산드라 스코필드(23)는 “증조할아버지를 지금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할아버지 밑에서 학생으로서 배우고 싶다”며 웃었다. 스코필드 박사는 1920년 캐나다로 돌아간 뒤 1958년 다시 내한해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1970년 서울에서 사망했다. 리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캐나다 대사관에서 할아버지의 유품들을 가져가고 싶냐고 물었지만 우린 그 제안을 거절했다”며 “할아버지가 머무실 곳은 여기 한국이었다. 한국은 할아버지의 고향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스코필드 방한 100주년을 맞아 설립된 스코필드장학문화사업단도 12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사업단은 이날 다문화 가족, 탈북자(새터민) 가족, 입양 가족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중심으로 1기 장학생 34명을 선발해 2박3일 동안 오리엔테이션 캠프를 열었다. 사업단은 장학생들에게 한 학기에 50만원씩을 지원하고, 매달 연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초대 회장을 맡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일제의 불의에 대항한 호랑이 같았던 그를 본받아 장학생들이 부지런하고 정직하게, 정의롭게 살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제암리 참상 전 세계에 알린 스코필드…서울 온 후손들 “할아버지 고향은 한국”